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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핑크(Blackpink) – The Album

앨범이란 무엇인가? 블랙핑크의 첫 정규앨범 The Album을 듣고 문득 든 생각이다. 네이버 사전에 의하면 앨범이란 여러 곡의 노래를 하나로 묶어 낸 레코드라고 한다. 하지만 대중음악의 본토 미국과 영국에선 비틀즈의 Revolver 그리고 이에 자극받은 비치보이스의 Pet Sound를 기점으로 앨범에 접근하는 관점이 단순히 곡을 묶어낸 레코드에서 벗어나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옮겨지기 시작했다. 그랬기에 수 많은 뮤지션들이 단순히 상업가수, 우리나라의 속어로 “딴따라”를 넘어 전설적인 경지에 오를 수 있던 것이다. 하지만 블랙핑크의 정규앨범은 대체 레이블 YG와 블랙핑크는 듣는 이로 하여금 앨범이란 개념에 대해 다시 한번 고찰하도록 만든다.

블랙핑크의 첫 정규앨범은 그들의 피땀어린 활동, 팬들의 간절한 기다림과 염원, 철저한 소속사의 기획을 딛고서야 4년만에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4년간의 노력이 녹아내린 ‘그 앨범’ (The Album)은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게다가 앨범 커버로는 중앙에 보석이 박힌 왕관을 아트워크로 사용하기까지 하며 잔뜩 힘을 주는 모양새다. 하지만 정작 음악을 까보니 테디의 형편없는 자가복제와 뻔한 랩과 보컬로 가득하기 그지 없다. 마치 세살배기 아이가 동네의 최고 권력자인냥 으스대는 듯, 의도치 않은 코믹한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한창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터보를 밟은 그들을 향해 앨범에 깊은 철학과 실험적 태도를 담아 낼것을 요구하는건 아니지만 이렇게 전형적이고 쉰내나는 비트를 우려먹은 것은 너무나도 안일했다.

그동안 블랙핑크는 활동에 필요한 최소한의 곡들로 커리어를 일구어왔다. 싱글앨범이었던 Square One, Square Two엔 각자 싱글 발매에 필요한 최소한의 구성이었던 두곡씩 수록되있었고 그나마 해외시장에 투입되자 EP앨범 Square Up, Kill This Love로 4곡씩 수록하기 시작했다. 지난 4년간 블랙핑크는 그들의 이름으로 총 14곡을 발매한것이다. 트랙 하나에 투자되는 금액이 상당하니 주목을 받지 못하는 곡들을 최소화 하자는 전략이다. YG의 수장인 양현석과 산하의 마케팅팀이 얼마나 그들이 발매하는 트랙에 대해 음악을 완성시키는 구성요소가 아닌 상업적 지출로 생각해왔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들이 미국시장에 진출하고 싶었다면 앨범 제작을 ‘지출’로 구분하는 개념부터 바꾸어야할것이다. 현재 The Album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앨범이 아티스트의 앨범처럼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프로듀서의 앨범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YG의 전담 프로듀서인 테디는 과거부터 자가복제 논란이 꾸준하게 있어왔고 The Album에서 그 한계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그렇다면 YG는 전담 프로듀서에게 곡을 전부 맡길게 아니라 다양한 프로듀서들을 섭외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러한 섭외 비용들을 ‘지출’로 여기고 있으니 결국 블랙핑크는 바지사장이요 테디가 본체가 되버리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초반부에서 느껴지는 멜랑꼴리한 분위기에 반전되는 비트, 아웃트로의 싼티나는 인도풍의 EDM은 테디가 블랙핑크에게 주로사용하는 전형적인 기법들이다. How You Like That, Pretty Savage, Crazy Over You, Love to Hate You에 여실하게 테디의 고루한 쉰내가 묻어나온다. Pretty Savage 우리나라 언어로 ‘예쁘장한 깡패들’ 정도로 번역될 수 있는 트랙은 블랙핑크의 정체성을 투영할 멋진 트랙이 될 수 있었지만 테디의 싸구려 비트에 묻혀버린다. How You Like That같은 경우 미공개 곡들에서 여기저기서 파트를 떼와 얼기설기하게 대충 그럴듯하게 만든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유일하게 앨범에서 테디가 프로듀싱하지 않았던 Ice Cream은 여타 수록곡들과 이질적인 분위기를 뽐내고 있다. 셀레나 고메즈의 상큼한 음색과 블랙핑크의 음색이 어우러지며 자연스러운 매력이 뿜어져 나온다. 앨범의 킬링 트랙은 리드 싱글이라는 Lovesick Girls이다. 테디 특유의 멜랑꼴리한 분위기에 Kill This Love EP의 수록곡 Kick It이 연상되긴 하지만 쓸데없이 과한 프로덕션이 제거 되었고 캐치한 멜로디를 통해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을 해내었다. 특히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기타리프와 시원하게 터져나오는 후렴구가 이어지면서 안겨주는 청량감이 일품이다. 이외에도 카디비가 피쳐링한 Bet You Wanna도 상당히 괜찮은 트랙이었다.

블랙핑크 멤버들의 랩/보컬 퍼포먼스가 한정적인 것도 아쉬운 점중 하나이다. 제니와 리사의 랩은 곡의 분위기에 따라 짜임새있게 맞추고 있으나 보컬에 있어서 4명의 멤버들은 선배들인 2NE1의 박봄 그리고 박봄이 표방했던 리한나의 흔적이 진하게 남아있다. 각자 다른 음색을 가지고 있는데 창법은 넷다 비슷하고 또 대다수의 트랙에서 직진하듯 불러버리니 가뜩이나 그곡이 그곡같은 상황을 악화시킨다. 지수 같은 경우 어떤 곡을 부르던 어색함을 함께 전달하는 신비한 능력을 가지고 있고 로제는 박봄 그 자체와 다를 바 없어서 블랙핑크의 정체성을 흐려놓는다.

지난 4년간의 피땀어린 활동은 이 순간의 도약을 위해 만들어진 디딤돌인 것이고 그만큼 이 정규앨범은 그들에게 있어서 중요한 순간이다. 하지만 블랙 핑크의 The Album은 미국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한국 레이블의 지극히 한국적인 시선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앨범의 개연성은 전혀 고려되지 않음으로써 허술한 연결감을 드러내 작품으로써의 가치를 하락시키고 이미 몇십번은 우려먹은 테디표 EDM 프로듀싱은 피로감을 가져오며 YG의 음악 제작 비용에 대한 인색함을 드러낸다. 다시 말하지만 음악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선 한국적인 시선 ‘전형성’을 상실해야한다. 전담 프로듀서, 같은 구성, 같은 음색, 비슷한 스타일의 뮤직비디오 세트장으로는 그들이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을지 언정 앨범 아티스트로는 평성 인정받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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